홈파티는 ‘스토리텔링’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홈파티’는 다소 부담스러운 행사다. 집들이나 생일파티 자리에 지인들을 초대해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평소 이런저런 요리들을 뚝딱 해내는 달인이 아니고서야 메뉴 선정부터 맛까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세계 각국의 메뉴를 배달 음식으로 맛볼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내 손으로 만든’ 요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국 집에 초대받아 가면 다 비슷비슷한 한국 요리를 내놓더군요.”

캐나다 한인 사회의 ‘홈파티 전도사’인 푸드 칼럼니스트 이아진이 파티 손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대부분 혼자 만들 수 있는 요리가 한정돼 있으니 가능한 한 ‘안전한’ 메뉴를 선택하고, 그러다 보니 맛과 퀄리티를 떠나 특별할 것 없는 홈파티 자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리듬체조 선수에서 푸드 칼럼니스트가 되기까지

이아진은 토론토 중앙일보에 매주 ‘이아진의 푸드스토리’라는 푸드 칼럼을 연재 중이다. 요리 레시피 연구를 연구하고 요리 강의를 하거나 광고 제작자로도 활동한다.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이아진이 푸드 칼럼니스트로 변모한 건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리듬체조인으로서 요리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 온 그는 결혼 후 캐나다 이주를 계기로 요리에 발을 들이게 됐다.

선수에서 지도자, 심판, 대학강사까지 커리어를 이어 오던 그는 요리에는 젬병이었다. 신혼 때는 콩나물국 하나를 만드는 데 2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워킹맘’으로서 아이를 위한 요리라면 기껏해야 계란밥 정도였다. 사실상 외식으로 ‘연명’하는 식생활을 한 이유다. 그러던 그가 남편의 사업으로 캐나다에서 새 삶을 일구게 됐고, 이 와중에 만난 요리가 새로운 커리어가 됐다.


‘나만의 이야기’ 녹아든 홈파티 요리

이아진이 추구하는 홈파티 요리의 핵심은 ‘스토리’다. 파티를 주최한 배경과 초대받은 손님들, 그들에 대한 호스트의 이야기가 요리에 녹아들어야 한단다. 굳이 듣도 보도 못한 훌륭한 재료들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요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에게 친숙한 재료들과 편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게 진정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핵심은 ‘고급 요리’가 아닌 ‘나만의 요리’다.

“세상 모든 요리에는 스토리가 있어요.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배우자를 위한 요리, 기숙사에서 오랜만에 귀가한 딸을 위한 요리, 지인들과의 수다를 위한 요리까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요리에는 제각각의 스토리가 담겨 있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이아진이 사는 캐나다 레스토랑은 우리나라에 비해 음식 값이 비싼 편이다. 인건비에 Tax,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팁까지 더하면 꽤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쫓기는 기분까지 드는 레스토랑 대신, 그는 자신의 공간에서 파티를 갖기 시작했다.


쉽지만 특별한 홈파티

이아진에게 홈파티는 웅장한 그릇세트가 없어도, 값비싼 장식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자리다. 게스트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소박하게 꾸미기 위한 작은 노력과 센스만 있다면 누구나 파티 호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모토다. 애피타이저부터 음료까지 직접 꾸미는 홈파티 코스 요리는 물론 테이블 세팅 노하우와 파티 호스트의 매너까지 두루 섭렵한 그는 ‘쉽지만 특별한 홈파티’의 산 증인이다.

한국에서 제대로 살림을 해본 적 없던 그는 어설프게 한식을 흉내 내는 대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국적인 재료 레시피들을 활용하되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요리를 한다. 손님들에게 그의 요리들은 무척이나 특별하게 여겨지지만, 대부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요리들이다.


워커홀릭이었던 과거의 이아진은 번번이 끼니를 놓치는 치열한 삶을 사랑했다. 이런 그가 이제는 하이 드렌져 가지를 잘라 꺾꽂이를 한다. 봄이 되면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허브 화단을 만들고, 여름이면 직접 수확한 채소와 허브로 지인들과의 작은 파티를 즐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소중하다. ‘파티’와 ‘요리’는 이런 시간을 더욱 특별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매개체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며, 무엇보다 요리가 파티에 무조건적으로 귀속되는 것도 아니다. “파티를 열기 위해 요리를 하기도, 요리를 하기 위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라는 이아진의 얘기는 ‘홈파티’의 진정한 의미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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