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음식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음식 사진에는 그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음식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다 보면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요. 어느 날 어떤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한 식사 시간의 행복감이 파노라마처럼 재현되는 거예요.”

그림을 그리는 건 요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여러 재료들을 배치하고 조합해 유일무이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다. 둘 다 과정은 수고스러울 지 몰라도, 분명 즐겁고 보람찬 ‘창작’ 행위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한다는 해먹티처 쩰리는 자신만의 음식을 자신만의 그림으로 그린다. 사진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핵심은 미식가들의 판타지 세계 ‘구름나라’다. 맛있는 식재료와 음식들로 가득한 그 세계에 있을 법한 요리와 새로운 레시피를 상상해 그린다. 그의 졸업작품이기도 한 동화 ‘젤리와 맛있는 구름나라: 마법의 재료를 찾아서’는 그렇게 탄생했다.


어디에도 없는 밝고 달콤한 세계

쩰리의 음식 그림에는 핑크를 중심으로 한 밝고 ‘쨍한’ 비비드 컬러로 가득하다. 현실 속 음식들의 색채에 구애받지 않는, 어디에도 없는 달콤하고 먹음직스런 색들이다. 리얼리티를 떠나 그저 가능한 한 ‘맛있는’ 색으로 음식을 표현하는 셈이다.

그의 작품들 속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캐릭터 ‘젤리’ 역시 마찬가지다. 핑크빛의 풍만한 몸집에 모난 데 하나 없이 둥글둥글한 얼굴과 몸통, 팔다리까지. 귀엽고 아기자기한 젤리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온몸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치열한 20대의 삶, 안온함을 찾다

대학 시절 쩰리는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그리며 그림을 ‘공부’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뭘 그리고 싶은지 몰랐고, ‘그리고 싶은’ 걸 찾는 것부터 문제였다. 무작정 밥먹고 그림만 그리는 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지기도 한 건 그래서다.

이런 그가 자신만의 길을 찾은 건 여행 덕분이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풍경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먹었다. 그렇게 ‘풍경’과 ‘음식’은 쩰리의 주된 그림 소재가 됐다. 친구들과 떨어져 보낸 1년여 간의 영국 유학생활 당시 유독 우울하게 느껴진 날씨도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


쩰리의 목표는 10년쯤 후 전업 작가로 어려움 없이 사는 것이다. 작품만 봐도 떠올릴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지만, 그때도 여전히 ‘구름나라’의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바람이라면 맛있는 음식과 좋아하는 것들이 주위에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다. 기분좋은 환경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그에겐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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